정확성과 유창성
외국어 교육에서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수업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유창성을 강조하는 경향은 학습자에게 외국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게하고 성공적인 의사소통의 경험을 축적하여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언어 숙달도가 초급 단계라는 단서가 붙어 있을 때에 한해서 가능합니다. 즉, 학습 초기에는 의사소통의 성공 여부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어야 할 테지만 학습자의 언어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언어 범주의 지식 없이 의사소통 능력이 개발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이러한 방향은 언어의 사용이 부정확해도 어느 정도 목표어로 의사소통이 되면 무방하다는 논리로 오해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교실 환경이 아닌 일상생활을 통해 무의적이고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외국어를 배운 경우 학습자는 부정확한 억양, 발음, 어휘, 문법항목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오 원어민 화자와 의사소통에 성공한 경험이 축적되고도 적절한 교정을 받지 못한다면 부정확한 언어가 화석화되기 쉽습니다. 또한, 의사소통에는 비언어적인 수단이나 주변 상황 등 여러 변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의사소통에 성공했다고 해서 단순하게 목표어를 성공적으로 학습했다고 보는 것은 올바른 판단아리고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정확성은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며 정확한 언어를 정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나, 정확한 언어를 학습하는 것을 전체로 교수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문법과 의사소통은 효과적인 언어 사용을 위해 필요한 통합적인 요소라기보다는 서로 독립적인 영역으로 여겨져왔습니다. 그러나 문법은 문장의 구조와 담화 상황의 표현 방식까지도 결정하는 요소로써 문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공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학습자가 스스로 언어 사용과 기능에 근거한 문법 형태의 적절성을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의사소통 교수법에서 문법을 경시하는 것은 이에 대한 지식의 부족 때문이며, 그로 인하여 더 이상 학습이 향상되지 않는 현상을 일으키므로 사실에 대한 추상화, 범주화 능력을 갖는 초급 단계부터 문법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법을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서도 언어의 의미와 기능, 담화, 그리고 사회/맥락적 측면이 고려된 다양한 형태의 문법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외국어 교육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려면 통제적인 내용과 활동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자유로운 내용과 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형태를 습득하는 활동에서 의미를 습득하는 활동을 점차 발전해야 합니다. 이해 능력만 제공해 준다고 해서 의사소통 능력이 저절로 길러질 수 없으며, 의사소통을 위한 상호 작용만 한다고 해서 유창성과 정확성을 함께 갖춘 일정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이 저절로 습득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유창성과 정확성을 함께 갖춘 고급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문법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